포스코그룹이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작년 7월 개관한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의 모습. [사진 제공 = 포스코]
포스코그룹의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포스코가 구축한 벤처 육성센터에 입주한 바이오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형태다. 올해 초 포스코그룹은 철강·2차전지·수소 등과 함께 바이오 산업을
'7대 핵심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코로나19와 돼지열병 등 사람·동물의 질병과 관련한 백신 개발업체인 '바이오앱'에 조만간 수십억 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앱은 포스코가 1년 전 설립한 벤처 창업 육성센터인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에 입주한 벤처기업이다. 바이오앱은 담뱃잎을 활용해 부작용이 덜한 돼지열병 백신을 개발했다.
그동안 포스코그룹은 벤처투자사인 포스코기술투자를 통해 바이오앱에 33억원을 투자했다.
이번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투자가 주목받는 것은 본격적인 바이오 사업화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데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바이오앱 지원을 위한 전담 팀을 별도로 꾸리고 글로벌 마케팅과 해외법인 설립 그리고 이르면 내년에 이뤄질 상장 작업 등을 지원한다. 또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이 바이오앱 전용 시험공장을 제공하고, 향후 포스코건설·포스코ICT는 친환경 바이오 소재·의약품 생산시설 구축에 참여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바이오앱을 2030년까지 매출 1조원을 올리는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박성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전무는 "바이오 기술은 친환경 소재, 바이오 연료는 화학물질 생산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그룹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체인지업 그라운드에 속한 또 다른 바이오 벤처인 '바이오브릭스'도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3D 바이오프린팅 분야 필수 소재로 꼽히는 바이오잉크·인공장기를 개발한다. 포스코는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를 통해 바이오브릭스에 제조설비 구축을 지원하며, 벤처펀드를 통한 투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포스코 체인지업 그라운드가 그룹 '바이오 사업 요람'으로 떠오른 건 입주 스타트업의 30% 이상이 바이오 회사이기 때문이다. 박 전무는 "RIST 연구인력 절반이 바이오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들이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기엔 미흡했다"며 "이번엔 연구기관·육성센터·시험공장을 모두 갖춘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통해 바이오 사업을 키울 것"이라 강조했다.
포스코는 작년 7월 830억원을 투입해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을 만들었다. 광양·서울까지 합하면 체인지업 그라운드 입주 기업은 102곳(직원 854명)이며 기업가치는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운영 중인 벤처펀드 규모는 1조4000억원이며 포스코가 2900억원을 출자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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