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유래 ‘그린백신’ 관심···기존 백신보다 비용·안전성·신속성 모두 우세
세계 최초 동물용 백신 개발한 바이오앱···“코로나19 엔데믹용 백신 만들 것”
“개발 늦었다는 지적은 기우···새로운 감염병에 빠르게 대응할 백신 개발 목표”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 기대가 커지자 안전한 정기 예방접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가의 대규모 공정이 필요한 기존 동물성 백신보다 저렴하고 안전한 데다, 신속한 공정이 가능한 식물 기반의 ‘그린백신’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그린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주기적으로 찾아올 감염병에 대비한다는 목표에서다.
28일 국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기적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식물 기반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린백신 플랫폼을 통해 식물체에 유전자를 전달하면, 원하는 단백질을 생산해 약 6주 내로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동물성 재조합 단백질 백신보다 공정이 간단하고 신속한 만큼, 빠르게 탄생하는 새로운 변이들에 대응하는 데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그린백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연구를 진행한 성백린 백신실용화사업단장은 “미생물 및 동물세포를 이용하는 기존의 발현시스템에 비해 빠르고, 경제적이며 안정적인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메디카오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공동개발한 코로나19 그린백신이 지난 2월 캐나다의 최종 승인을 받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에 국내 바이오벤처들도 그린백신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그린백신' 플랫폼을 개발 중인 국내 기업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개발사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바이오앱은 현재 한미사이언스와 포스텍과 코로나19 백신을 공동개발 중이다. 신규접종을 위한 백신이 아닌 추가접종(부스터샷)용으로, 엔데믹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는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많지만, 이제 코로나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만큼, 어떤 변이에도 빠르고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엔데믹 대비용’ 그린백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전임상 단계를 거쳐 내년에는 해외 임상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앱은 인체용 백신에 앞서 동물용 백신에 집중해왔다. 지난해 12월엔 세계 최초 동물용 그린백신 '허바백TM 돼지열병 그린마커'를 출시해 현재 국내 제주도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 시장보다 규모가 큰 중국, 캐나다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바이오앱은 이미 지난해 캐나다 기업과 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북미 5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돼지열병 백신에 대한 미국 농림부 농림부(USDA) 인허가도 진행 중이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출장에 나선 손 대표는 “돼지 5억마리에 달하는 대규모 시장을 보유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재 긴밀히 논의 중”이라며 “현지 기업과 조인트벤처 설립 등 협력을 통해 돼지열병 백신뿐 아니라 고병원성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대한 공동연구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앱은 올 하반기 기술성평가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예정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그린백신 플랫폼을 개발 중인 지플러스생명과학도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전임상에 한창이다. 다만 지플러스생명과학는 본격적인 임상을 진행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국내에서 인체용 그린백신이 상용화된 전례가 없는 만큼, 임상시험을 진행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지플러스생명과학 역시 유전자가위 기술과 그린백신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IPO를 준비하고 있다.
또다른 바이오벤처 엔비엠도 그린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초기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벼에서 분리한 식물세포를 활용해 플랫폼을 개발한 엔비엠은 코로나19 백신은 물론 돼지열병 백신과 일본뇌염 백신 개발을 동시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출처 : 시사저널e - 온라인 저널리즘의 미래(http://www.sisajournal-e.com)